기고문

안양여성지 기고문

세상과 연애하다 2018. 8. 29. 17:06

존재의

이유를 묻다

                                                                                           안양시청소년재단

                                                                                            대표이사 정홍자


푸르름이 더해가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꽃들이 만발한 정원, 찬란한 햇빛, 새들의 지저귐, 아이들의 재잘거림, 밤꽃 향기 맡으며 업무를 챙기는 나의 일상은 ' 아! 이게 바로 천국이구나.'를 되뇌이기에 충분하다.

오늘도 습관처럼 업무를 시작하기 전 꼭 해야 할 일, 나중에 해도 되는 일,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직접 안 해도 되는 일들을 체크한다. 시간을 전략적으로 쓰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면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빼곡한 일정 속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찾을 수 있다. 분 단위로 쪼개어 일정을 소화하고 업무처리를 해야 했던 삶의 선물이다. 시간을 찾아내는 일은 삶을 알차게 사는 반면, 존재의 이유를 잊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직원들에게 늘 이야기한다. 존재의 이유를 기억하라고. 시심들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청소년재단이 존재하는 이유, 직원들이 존재하는 이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 즉 존재의 이유만 파악하면 무엇을 언제,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 답이 명쾌하다고. 존재의 이유를 알면 일에 대한 통찰력이 생긴다고. 그래야 열정이 생기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학습을 통해 역량을 높여야겠다는 의욕도 생긴다고. 또한 청소년이 보이고,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그래서 존재의 이유를 강조한다.

나는 습관처럼 '내가 이 조직에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 를 생각한다. 존재의 이유는 소명의식이기도 하고, 정체성이기도 하다.

경기도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할 때도 난 엄숙하게 여성으로서 정치에 입문하게 된 이유를 분명히 했다. 우리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살아보니 부당하고 억울한 일이 많았다. 법이 그랬고, 제도가 그랬고, 문화가 그랬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그리고 국가의 법과 제도가 그랬다.  그래서 정치에 입문했다. 취약계층 여성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여성의 차별 개선을 위해 더 나아가 여성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여성의원으로 존재의 이유에 대한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이런 나의 역할이 여성들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검증해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성정치 불모지에 한 획을 그었다는 점에서는 자부하고 싶다.

도로교통공단 첫 여성 임원일 때도, 여성의 불가침 영역이었던 전국지방의료원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조직에 존재하는 이유, 즉 소명의식을 분명히 했다. 이후 도로교통공단에서는 아예 여성 임원을 할당하는 제도가 만들어 졌다.

그렇다. 여성 한 사람의 역할이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사회 문화를 변화시킨다. 선배 여성들이 그래왔고, 우리가 그랬듯이 여성 후배들도 작인일에도 막중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으로 활동하리라 기대한다. 존재의 이유를 아는 것, 그것은 다시 말해서 주제 파악이고, 목표 의식이며, 깨어 있음이다. 그러기에 난, 오늘도 내 삶에서 존재의 이유를 묻는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