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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태국 나콘사완시 여행을 다녀와서(13) 본문

여행/해외 여행 (세상구경)

태국 나콘사완시 여행을 다녀와서(13)

세상과 연애하다 2023. 1. 27. 21:38

                                             나콘사완시 파크골프 여행을 다녀와서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내게 여행은 낯섬에 대한 설레임이며 산교육의 장이다. 늘 그렇듯 여행은 계획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여행이 주는 첫선물이다.

가는 곳이 어느 도시인지 감은 잡을 수 없지만, 오감으로 느끼고 즐기고 싶어 정보를 뒤적였지만 찾지는 못했다.

이번 태국 나콘사완시 여행은 경기도파크골프 임재홍 회장의 권유로 다녀왔다. 태국에 첫 파크골장이 개원하는데 한국인이 투자한 곳이라며 꼭 참석해 달라고 했다.

마침 시간적 여유도 있고, 한국 날씨도 추워 태국이면 운동 겸 여행이 제격일 것 같아 친구와 함께 떠났다.

태국 여행은 방콕과 타파야를 팩키지로 다녀온 적이 있다. 깃발아래 모여 사진 찍고 이동하는 감흥 없는 팩키지 관광. 지금도 흐릿해진 기억 속에는 황금 궁전과 황금 사원 밖에 기억에 없다. 여행의 참맛은 낯선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설레임인데, 팩키지 여행은 그런 참맛을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파크골프 운동을 하고 난 이후에 자유 여행을 즐길 계획이었다.

나콘사완시는 방콕 스완나폼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다. 한국보다 2시간 늦은 시차로 태국시간 밤 10시에 도착해서 첫날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숙소에 도착했다. 다만, 공항에서 겨울옷을 여름옷으로 바꿔 입어야할 만큼 더웠다.

숙소는 시내 중심에 있어, 파크골프장을 오가는 데는 자동차로 15분 정도 걸렸다. 첫날은 일요일이라 시내 상가들은 문을 닫았고, 거리에는 새해 인사가 담긴 듯 한 현수막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노랑바탕에 주황색테두리와 글씨의 현수막은 길을 가로질러 걸렸는데 색상으로 봐서는 중국 영향을 받고 있는 듯했다.

나콘사완시는 인구 30만의 태국 3대도시라지만 높은 빌딩은 없고 태국의 강원도라는 말처럼 소박한 게 아직 시골티를 벗지 못한 인상을 주었다. 회색 빛 건물과 서민들의 낡은 옷차림은 칙칙했으나, 황금색채를 띤 화려한 조형물들과는 대조적이었다.

우리는 6일 동안 머물며 오전에는 파크골프를 치고, 점심 이후에는 자유 시간을 누렸다. 계절은 봄이라지만, 한 낮은 30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지만, 그늘은 선선해 우리나라 초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동남아 여행의 즐거움은 신선하고 맛있는 열대 과일을 먹는 거다. 과일을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첫날부터 과일가게를 찾았으나 상가나 노점상은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시내 로타리에 있는 V-스퀘어 백화점을 갔다. 그런데, 문제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영어를 할 줄 아는 현지인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길을 나설 때부터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세계 공통언어인 바디랭귀지를 하면 된다고 큰소리는 쳤는데 난감했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바디랭귀지를 하면서, 수박과 패션후르츠를 사며 쇼핑을 즐겼다. 맛있는 수박과 패션후르츠를 한보따리 사는데 몇 천원 밖에 안했다. 환율이 1:40바트로 한국인들이 부담 없이 즐기기는 좋은 곳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이 문제였다. 날씨는 덥지, 과일은 무겁지, 운동을 해서 다리는 천근만근인데, 대중교통을 모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왔던 길 다시 걸어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축 쳐져 의욕 없이 걷는 친구들을 위해 용기를 냈다. 지나가는 툭툭이를 손을 들어 세웠다. 10분 거리 호텔까지 오는데 1인 12바트, 한화 480원이었다.

짧은 경험으로 다음날은 다른 일행까지 동행을 해서 시내 여행을 했다. 숙소에서 1인 50블씩 내면 관광을 편히 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스스로 다니기로 했다. 첫 번째 관광으로 전망대 사원을 가기로 했다. 지나가는 툭툭이를 무조건 세웠다. 멀리 보이는 사원을 손으로 가리키며 가자고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 운전하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안내 표지판 앞으로 갔다. 친구들이 뒤에서 보니,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니까 할아버지가 질질 끌려가다 싶이 하더란다. 다행히 두 대의 툭툭이를 잡아 전망대 사원 앞까지는 왔지만, 높은 지형은 못 간다고 해서 고민을 하는데, 영어를 조금 할 줄 안다는 젊은 남자가 자가용으로 안내를 해 주겠다고 한다. 이 도시 사람들은 참 친절하고 순박하다.

태국의 사원들은 조형물과 부처님을 도금으로 제작해서 눈이 부시게 화려하다. 전망대 사원의 크고 작은 불상들도 금불상처럼 보였다. 전망대 사원 라운지에 서니 나콘스완시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조그마한 강줄기 따라 도시가 있고, 한쪽에는 공동묘지도 보이며, 특히 여기저기 우뚝 선 불상이 도드라졌다. 법당 앞에서 젊은 기사는 예불하는 법을 알려 주며, 우리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자기가 만난 최초의 한국인이라며, 아주 친절하게 안내했다.

유쾌한 서비스를 3시간 동안 받았는데 200(8,000원)바트만 달라고 했다. 순수하고 정직한 그의 태도가 고마워, 가지고 있던 양산(4만원짜리)을 부인에게 선물로 주었다. 나콘사완시에는 해군사령부가 주둔해 있어 범죄나, 치안이 안전하며, 관광객이 많지 않아 현지인들은 순박했다. 우리는 안심하고 매일 오후에는 낯선 도시의 이국적 문화를 즐겼다.

태국 자동차의 핸들은 우리와 반대 방향이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고 혼란스러웠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바디랭귀지로 정보를 얻거나 궁금한 것, 그리고 가고 싶은 곳을 말했다.

여행 중에 챙겨 봐야 할 곳이 있다면, 재래시장, 박물관이나 미술관, 공연장 그리고 음식이다. 나콘스완시는 작은 도시라 그런지,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이 없어 아쉬웠다.

이날도 손님이 탑승한 차(택시와 툭툭이 중간)를 세워 손님 다 내려 주고 난 이후 안내 해 줄 수 있는지 물었더니 너무 좋아했다. 바디랭귀지로 시장, 야경, 풍경 좋은 곳, 그리고 보여 주고 싶은 곳을 부탁했다. 그 사람이 똑똑한 건지, 내 바디랭귀지가 탁월했는지 다 알아듣고 안내를 해 주었다. 정말 신기할 정도다.

그날 밤 첫 추천지는 강가 풍경 좋은 레스토랑이었다. 라이브 음향기까지 설치 된 것을 보니 고급 레스토랑인 거 같았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난 후 관광이라 입구에서 망설이고 있는데 들어 와서 편히 사진 찍으라며 배려해 주었다. 그의 친절에 답례로 한국 노래 한 곡 들려주겠다고 했더니 노래방 기기에 한국 노래가 있다고 한다. 아리랑을 신청했더니 북한 가수의 엠알이 나왔다. 한국 노래 들었으니, 태국 노래 들려 달라고 했더니, 망설임 없이 구성지게 노래를 불렀다. 이구동성으로 ‘이곳 사람들 진짜 순박해’ 를 합창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다음은 사원에 들렀다. 금불에 불빛을 비추니 휘황찬란해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있는데, 사원을 관리하는 아저씨가 환대를 하며 안내를 자청한다. 얼마나 오래 사용했는지, 흰색 마스크는 시커멓고 옷도 허름하게 입었는데, 싱글벙글하며 여기서 사진 찍어라, 여기서 절해라 하며, 부처 앞 성수에서 세례까지 준다. 성수물도 깨끗하지 않아 께름칙했으나 그의 친절 때문에 기분 좋게 따랐다. 뒤돌아서는데 부처님께 올렸던 과일까지 싸 준다. 한 친구는 마음이 불편하다며 들어오지도 않고 싸준 과일도 먹지 않았다.

스리나콘 시장에 들렀다. 들어가는 순간 새떼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천장에 새까맣게 새들이 붙어 있었다. 한시도 못 참게 시끄러운데,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했다.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없는 것이 없다는 표현이 맞을 듯 했다. 옷, 신발, 악세사리, 생선, 고기, 야채, 과일, 반조리용품, 빵 등 다 둘러 볼 수 없을 만큼 큰 재래시장이다. 늦은 시간인데도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고 사람들은 시장을 보고 있었다. 어디에도 없던 망고도 있었다. 아주 크고 맛있는 망고가 4개 900(3,600원)바트, 기사아저씨 가족들 몫까지 사서 들고 나왔다. 열악한 환경인데도 표정들은 밝았다.

야경도 보고 숙소로 돌아와 요금을 물었더니, 800바트 달란다.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더니, 200바트 받고 웃으면서 돌아갔다. 이런 순진한 아저씨가 있나? 처음부터 200바트 말했으면 100바트 팁으로 드릴 수도 있었는데, 800바트 불러놓고 무안했는지 200바트 받고 얼른 가 버렸다.

태국인들은 자국어 사용을 자존심으로 알고 있어 고등학교 때까지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모를 수밖에.

마지막 날 밤을 즐기려 거리로 나와 큰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호수공원 옆 길가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대부분 크고 화려했다. 사람이 북적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식사는 안하고 맥주 한잔 하고 싶다고 했더니 들어오라고 했다. 젊은 웨이터가 약간의 영어를 할 줄 알았다. 우리는 태국산 맥주를 먹고 싶다고 했더니, 팔로 코브라 형상을 해서 우리는 순간 괴성을 지르며, 그것 말고 다른 맥주 달라고 주문했다. 그 웨이터가 웃기려고 그런 액션을 보였는지는 몰라도 코끼리 상표가 있는 chang 클래식 맥주를 가지고 왔다. 소주보다 높은 도수인데 맛은 부드럽고 좋았다. 얌탈리 태국 안주는 매콤한 해물 요리인데 맛깔스러웠다. 맥주 2병과 얌탈리 1접시에 250바트(1만원).

호수공원을 통해 숙소로 걸어오는데 황룡의 조형물들이 불빛을 받아 승천하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듯 했다. 공공의 장소에는 황금용이 조형물로 설치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태국 나콘스완시 여행은 현지인들의 소박한 품성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오래도록 기억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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