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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위그린 ‘녹색주부’가 늘어나려면 본문
[안양] 요즘 녹색성장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의미하고 있다. 보다 쉽게 말하면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경제성장이다.
이는 산업계 뿐 아니라 우리 가정에게도 큰 과제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45%가 가정 등 비산업분야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이 나섰다.
위그린 매니저 정홍자씨(52)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위그린 매니저로 활동하면서 녹색주부 500여명을 모집하는 등 녹색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한 공로로 12월 18일 여성부장관상을 받았다. 그녀를 만나 녹색생활과 과제를 들어봤다.
# 위그린은 무엇입니까?
위그린(WE Green)은 녹색생활문화 실천운동을 의미합니다. W(We, With, Woman)와 E(Earth, Economy, Environment) 의 결합으로 여성이 생활 속에서 녹색성장을 이끌어간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여성부의 후원을 받아 여성단체회원, 아파트 부녀회 등을 중심으로 실천단을 구성하고 올해 7월말부터 벌이고 있는 범국민실천운동입니다.
위그린 매니저 정홍자씨는 위그린활동이 환경운동을 넘어선 국민문화운동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위그린 활동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크게 매니저와 서포터즈가 있습니다. 서포터즈는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개미부대’입니다. 매니저는 우선 그들의 녹색활동을 독려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일을 합니다. 녹색생활 실천을 위한 ‘WE Green 7대 약속’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매월 에너지절약 체크표와 이산화탄소 가계부를 배포해 작성하도록 유도합니다.
4개월간 녹색생활 기록을 보면, 아직 뚜렷한 성과가 있다고 하기
는 이르지만, 주부들이 일상 속에서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별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그린 활동을 완전히 정착시킬 때까지는 매니저와 서포터들의 지속적인 활동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위그린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매니저는 가정주부들인 서포터즈를 모집하고 녹색생활을 교육 홍보하고 활동성과를 측정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7년 9월부터 21세기 여성정치연합 경기도지부 대표를 맡고 있는데요, 7월에 여성단체협의회로부터 매니저로 위촉받았습니다. 여성들이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고 생각해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매뉴얼 하나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식으로 시작했지요. 그러나 녹색생활이 녹색산업분야와 달리 일상에서의 에너지절약과 같은 활동이기 때문에 특별히 어렵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우선 매니저가 할 일은 녹색생활을 실천할 서포터즈를 모집하는 것이었습니다. 매니저당 70명을 목표로 아파트 등 주변을 찾아다니며 녹색생활을 함께 실천할 주부들을 발굴하는 일이지요. 매니저가 70명의 서포터즈와 한 그룹이 돼 녹색생활과제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 서포터즈는 어떻게 모집했습니까?
70명의 서포터즈를 모집하는 게 처음엔 녹록치 않았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위그린 활동합시다”, “전기와 물을 아끼자”, “전기코드 뽑자” 하니 썰렁할 수밖에요.
세상은 온통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고 얘기하지만 당장 나와는 상관없다는 식의 반응이지요. 5000원 아끼면서 스트레스 받거나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인식이 부족한 결과지요.
하지만 수박을 사들고 부녀회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가서 자료를 나눠주며 “녹색생활이 별것 아니며 우리 주부들이 조금만 실천하면 국민운동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처음엔 “별종이야, 잘난 체한다”며 냉소적으로 반응을 보이던 주부들이 점차 생각을 바꿔 하나둘 함께 하면서 지금은 경기도에서 8명의 매니저와 500여명의 서포터즈들이 함께 녹색생활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안양 비산중학교와 위그린 협약을 맺어 녹색생활실천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정홍자 매니저> |
# 위그린 활동을 하면서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
에너지절약을 위한 거리 캠페인을 가끔 하는데 행인들의 관심이 시큰둥한 편입니다. 나눠드리는 자료를 한번만이라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자료를 쓰레기처럼 무심히 버릴 때 정말 안타깝습니다. 녹색생활이 아직은 피부에 닿을 만큼 절실하지 않지만 어느새 물이 스미듯 일상에서 정말 중요한 근검 절약 문화로 자리 잡으리라 생각합니다.
서포터즈를 모집하고 독려하는 것도 현재로선 난제입니다. 잔반을 집으로 가져오기, 일회용품을 쓰지 말기, 이산화탄소 절감 확인에 필요한 관리비 영수증을 챙기기, 샤워를 빨리하기를 강조할 때마다 묵묵히 들어주고 실천하는 서포터들도 많지만 귀찮아하는 서포터도 많기에 말입니다.
매니저들은 월 80만원 정도의 활동비를 지원 받지만 서포터들은 실질적인 지원 없이 많은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서포터즈들에게 인센티브와 동기부여가 적은 게 현실입니다. 서포터즈를 바라보는 기관과 매니저들의 시각이 다른데요. 정부나 협회는 자발적으로 참여해주는 서포터가 많을 거라 보지만 현장에서 모집하기엔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정홍자 매니저는 각종 토론회에 참여해 위그린 활동과 환경, 그리고 저출산문제에 대해 여성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정홍자 매니저> |
# 위그린 활동을 하면서 느낀 앞으로 과제는 무엇인지요?
위그린 활동은 국민문화로 정착시켜야 할 과제입니다. 단순히 환경운동으로만 볼 게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로 봐야 할 겁니다. 위그린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그린 활동은 희망근로처럼 임시적 일자리로 시작했지만 단순히 참여했다가 중도포기하는 매니저가 많다고 합니다. 얼마간의 수입을 기대하고 시작했지만 서포터를 모집하고 관리하며 교육하는 것이 다른 일자리에 비해 어렵고 각종 캠페인과 행사에 참여하는 등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위그린 활동을 성공시키려면 두 가지를 함께 전개해야 합니다. 하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한다면 대중교통을 먼저 이용하기 편하게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그린 활동도 어느 정도 정착할 때까지는 서포터들이 선도적으로 모범을 보이도록 동기부여하는 방안을 구축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교육입니다. 녹색생활을 유도하려면 의식변화가 뒤따라야 하는데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아직은 냉담한 편입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자녀들이 에너지를 아끼자고 할 때 부모세대의 협조가 더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와 복지관을 선정해 녹색생활센터로 활용하기 위해 그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정기적인 교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펼치는 교육과 프로그램들의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겁니다.
위그린 활동 중에서 특히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매니저는 학교나 복지관 등을 찾아서 녹색생활을 전도하고 있다. <사진= 정홍자 매니저> |
인터뷰를 하면서 알았지만 위그린 매니저는 여성 일자리 차원에서 만들어진 한시적인 일자리라고 한다. 위그린 매니저의 활동은 사실상 12월 16일 모두 끝났다.
정홍자 매니저는 개인적으로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아울러 위그린 활동 최초로 녹색생활 실천 커리큘럼과 콘텐츠모범사례를 담은 매뉴얼을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또 협약을 맺은 중학교와 복지관에는 무료로 기후변화 등 환경운동와 에너지 절약 방안 등에 대해 강의할 생각이다.
그녀는 위그린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관심과 책임을 더 느끼게 됐다고 한다. 녹색생활실천은 환경운동을 넘어선 국민문화운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그녀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 녹색생활실천을 위한 WE Green 7대 약속
1. 친환경제품이나 에너지소비효율이 높은 제품을 구매사용하자.
2. 샤워시간을 1분 줄이는 등 하루 45ℓ를 절약합시다.
3. 실내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여 에너지를 절약합니다.
4. 썩지 않는 쓰레기, 1회용품 사용을 줄입니다.
5.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연비도 아끼고 건강도 지킵니다.
6. 대기전력을 줄여 전기사용량을 절약합니다.
7. 정시퇴근제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갑니다.
정책기자 이혁진 rhjeen0112@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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