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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그 해 여름 장마
그 해 여름 장마 정 홍 자 그 해 여름 장맛비는 덕천마을을 덮쳤다. 철공소에서 일하며 근근이 지하 월세 방을 전전하던 소년의 괴나리봇짐은 대문 밖 길거리로 내동댕이 쳐 졌다. 부모님 일찍 여의고 동생 데리고 사는 삶이 고달팠지만 그 해 여름만큼 막막한 적은 없었다. 거대한 폭풍우가 홀딱 뒤집어 쓸어버린 무시무시한 그 해 여름 장마 소년은 눈물을 삼킬 여력도 없이 앞만 보며 태양보다 더 뜨겁게 살았다. 먹먹한 가슴의 흙탕물을 정화하듯 배우고 또 배우며 성인이 되었다. 장대비 속에 오갈 데 없던 그 해 여름을 간직한 채 빗방울 수만큼의 시간이 흐른 지금 품어 준 안양이 고맙다며 가슴에 빛나는 배지를 달았다. 하늘이 찢어진 듯 물 폭탄 장맛비가 쏟아지던 날 또다른 소년의 괴나리봇짐이 대문 밖으로 내동댕이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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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 28.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