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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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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사면 있던 날

세상과 연애하다 2008. 8. 15. 01:04

내 중심을 온전히 알지 못하고
'척'하고 살았나 봅니다.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고도 아는 척

있고도 없는 척
없고도 있는 척

못나고도 잘난 척
잘나고도 못난 척

억울해도 괜찮은 척
울면서도 웃는 척

좋아하면서도 아닌 척
싫으면서도 아닌 척

공인이라는 겉치례로 나를 가리고
깊은 내면의 뿌리도 없이

겸손과 덕이라는 아름다운 그 말을
댓가도 치르지 않고 빌어다
허세를 떨었나 봅니다.

 

내 안에 끓고 있는 용광로를 믿고
척하는 모든 것을 녹아 내어
내 중심을 잡고 올곧게 살아가고 있는 줄 알았더니

스치는 작은 바람 하나에도
나는 바르르 떨고 있습니다.


억울하다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억울함에 가슴 속 시꺼멓게 타버려도
내 스스로 그어 놓은 선을 따라

후회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2년의 시간속에

나를 온전히 녹여 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전화선을 따라 들려오는
'죄송합니다 사면이 꼭 될 줄 알았는데 이를 어쩌죠?'
그 한마디에 사지에 힘이 빠져 추스리지 못하는 자신을 느꼈습니다.

무슨 놈의 세상이 이 지경인가?

자신을 변명하는 것보다 초라한 게 없어서
억울하다는 말을 하는 것보다 불쌍한 게 없어서
지나간 일 되씸는 것보다 어리석은 게 없어서

그저
이를 악물고
오늘까지 참았건만

같은 행사에 둘 만 죄라더니
그러더니
같은 사건에 한 사람만 사면이래네요.


억울 할 것 없다
너는 너의 운명 대로 사는 거야
백 번을 되뇌여 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오면 오는대로 가면 가는대로
폭풍이 몰아쳐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다 운명이야'
'내 스스로 맺은 인연들인데 뭐' 하며
중심 잡고 의연 할줄로 믿었던 나는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끄억끄억 토하고 있습니다.

울고 있는 자식의 목소리에
지래 겁먹고 놀랜 팔순의 우리 아버지

'울어야 할 느그 누나 웃는 것을 보니
충격이 너무 커 이상해 졌나 보다'고
동생들에게 다 전화해
온 집안 큰 소동을 일으킨
웃지 못할 날이 오늘입니다.

오늘도 난

내 안에 나를 찾기 위한 핑계 삼아
주섬주섬 보따리 싸들고
문경세재 낯선 집에서 
지난 시간들을 돌아봅니다.

 

가치있는 삶을 찾아

행복한 내 인생을 살고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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