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이클 잭슨 춤을 춘 이유

내가 마이클 잭슨 춤을 춘 이유

 

진주의료원 폐업한다는데 마음고생이 크시죠? 진주의료원 사태로 바쁘시지요?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가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면서 갑자기 공공의료가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격려전화와 위로전화가 쇄도하면서 지방의료원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지금.

 

지방의료원의 숙원사업인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 도입 등을 위한 의료정보화 사업 예산으로 115억5000만원이 편성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던 날이었다.

 

어찌나 좋은지 차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실실 웃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소식을 전해 준 직원역시 나와 비슷한 증세로 연실 웃고만 있었다.

 

115억 5천만 원 이게 어찌된 예산인가?

정신이 번쩍 들면서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가 생각났다. 그렇지. 어쩜 진주의료원이 희생되면서 얻어진 결과물이구나. 찡한 마음이 들었다.

 

2013년 본예산에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해 무지 노력하였건만,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대폭 삭감된 예산이다. 그런데 추경예산에서 대폭 증액되어 편성되다니 믿을 수 없었다.

 

그래도 어쨌든 좋았다. 예결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의한 예산이라 자랑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좋아서 펄쩍펄쩍 뛰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도 없었다.

 

누구한테 먼저 전화해 드릴까?

 

EMR 도입을 하지 않으면 의사, 간호사 구하기조차 어렵다는 원장님 얼굴도 생각났다. 신축이전 하는 건물에는 챠트 보관실이 아예 없다는 원장님 얼굴도 떠올랐다. 병원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도 환자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몇 번이고 부탁하신 원장님들 얼굴이 아른거렸다.

 

이 따끈따끈한 기쁜 소식을 원장님들과 공유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예산과 전혀 무관한 가까운 지인 몇 분에게 전화해서 수다를 떨었다. 사실, 너무 간절한 예산이라 예결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삭감될까봐 차마 원장님들께는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115억 5천만이 본회의 심의를 거치면 1개 의료원당 6억 6천만 원씩 19개 의료원에 EMR 시스템을 도입 할 수 있는 예산이다. 의료원에 EMR이 도입되면 업무 프로세스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인력활용 및 업무 효율성이 향상돼 경영에 큰 도움을 주어 결국 공공의료의 서비스 질 향상이 될 것이다.

 

특히 더 좋은 것은 올해 초 예산 9억 9천만 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매칭펀드(50대 50)였던 것을 전액 국고보조로 추진할 수 있게 되어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의 부담도 줄게 된 것이다.

 

그뿐이랴. 2014년에는 나머지 11개 의료원과 적십자병원 5곳까지 EMR 시스템을 확대 보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그날, 난

초등학교 입학해서 받아쓰기 100점 맞은 어린아이처럼 대문을 열자마자 가족들 앞에서 마이클 젝슨 춤을 추었다. 영문도 모르는 가족들은 복권이라도 당첨 되었느냐며 한마디씩 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115억 5천만 원이 그대로 확정되었다는 소식이 전국 지방의료원들에게 전해지는 날이면, 또 누군가는 실성한 사람처럼 실실 웃으며 마이클 잭슨 춤을 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