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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내 손 좀 잡아 줘 본문
정 홍 자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내 손 좀 잡아줘.
너를 위한 기도로 가슴 움켜쥐고 한 세월 보냈더니
이른 나이에 내가 누구인지 잊어져 가려하네.
남몰래 가슴에 묻어 둔 사연들이
하얗게 백지가 되어 가나보다.
어느 날부터 종잡을 수 없는 말들을 되풀이하고
수시로 속옷 적셔 부끄럽지만
그건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다는 걸 너희는 알겠지?
아들아!
너그러운 마음으로 내 손 좀 잡아줘.
너를 향한 내 마음 사랑이 병이 되어 가슴 서리더니
지독한 나의 기억들은 저 멀리 사라져 가려하네.
남몰래 가슴에 묻어 둔 사연들이
하얗게 빛바래 가나보다.
어느 날 부터인가 쇠약해 진 다리를 비틀거리며
흐트러진 머리조차 손질할 순 없어도
한 때는 너를 들어 안았다는 걸 너희는 알겠지?
아들아!
한때는 네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었음을 떠올리며
변함없는 사랑으로 내 손 좀 잡아줘.
나는 너를 만나, 너는 나를 만나 우린 행복했었지.
너를 안고 눈 맞춤하며 사랑에 빠졌던 나의 인생
흘러 간 세월만큼 행복한 추억들
이제는 저 멀리 떠나가려하네
너의 얼굴 감싸주며 밥상 차리던 내 손이
이젠 네가 내민 손을 의지할 수밖에 없어도
너는 내 사랑, 나의 기쁨이었다는 걸 네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들아!
네 인생의 시작이 내 품안이었듯
내 인생의 끝은 네 품이었으면 좋겠다.
아들아!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내 손 좀 잡아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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