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담(池淡)정홍자

내 손 좀 잡아 줘 본문

글쓰기 활동

내 손 좀 잡아 줘

세상과 연애하다 2023. 1. 28. 18:18

                                                                                                     정 홍 자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내 손 좀 잡아줘.

 

너를 위한 기도로 가슴 움켜쥐고 한 세월 보냈더니

이른 나이에 내가 누구인지 잊어져 가려하네.

남몰래 가슴에 묻어 둔 사연들이

하얗게 백지가 되어 가나보다.

 

어느 날부터 종잡을 수 없는 말을 되풀이하고

수시로 속옷 적셔 부끄럽지만

그건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다는 걸 너는 알겠지?

아들아!

너그러운 마음으로 내 손 좀 잡아줘.

 

너를 향한 내 마음 사랑이 병이 되어 가슴 서리더니

지독한 나의 기억들은 저 멀리 사라져 가려하네.

남몰래 가슴에 묻어 둔 사연들이

하얗게 빛바래 가나보다.

 

어느 날 부터인가 쇠약해 진 다리 비틀거리

흐트러진 머리조차 손질할 순 없어도

한 때는 너를 들어 안았다는 걸 너는 알겠지?

아들아!

한때는 네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었음을 떠올리며

변함없는 사랑으로 내 손 좀 잡아줘.

 

나는 너를 만나, 너는 나를 만나 우린 행복했었지.

너를 안고 눈 맞춤하며 사랑에 빠졌던 나의 인생

흘러 간 세월만큼 행복한 추억들

이제는 저 멀리 떠나가려하네

 

너의 얼굴 감싸주며 밥상 차리던 손이

이젠 네가 내민 손을 의지할 수밖에 없어도

너는 내 사랑, 나의 기쁨이었다는 걸 네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들아!

네 인생의 시작이 내 품안이었듯

내 인생의 끝은 네 품이었으면 좋겠다.

 

아들아! 사랑하는 아들아!

내 손 좀 잡아주렴.

 

 

'글쓰기 활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원의 기차 여행  (0) 2023.01.28
당신은 나의 찔레꽃  (0) 2023.01.28
요양원에 계신 고모님께  (0) 2023.01.28
2022년 평촌 문학반 사진  (0) 2022.12.29
오상원 추모비 답사  (0) 2022.11.0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