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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초원의 기차 여행 본문
초원 기차 여행
정홍자
강기슭 그린아나콘다처럼
길고 육중한 기차가
꿈틀꿈틀 굼뜨게 초원을 가로지르며
철로에 미끄러지듯
끼이익 소리 한번 치더니 다르항 기차역에 멈춘다.
시베리아의 푸른 눈이라 불리는
수정처럼 맑은 바이칼호수의
신성한 기운 온 몸에 휘감았다 ‘좋아라’하던
들뜬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시베리아 열차 469Km
다시 버스로 356km
꼬박 하루하고 반나절 국경을 넘어온 우리는
푹 절여진 배춧잎처럼 휑한 눈과 축 져진 몸으로
울란바토르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또다시 230km 대장정의
달콤한 여행의 고행길
무심한 마음으로 오른 초원 기차는
시들해진 마음에 초록빛 물들 때
흥얼거림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꼬불꼬불 긴 기차 앞머리가
흐느적흐느적 초원을 가르며 지날 때면
먼 구릉지와 맞닿은 파아란 하늘
야생화 수놓은 초록빛 양탄자
천상의 낙원에서 풀을 뜯는 말떼, 양떼
잔잔히 흐르는 초원의 시냇물
드물게 보이는 울긋불긋 게르들
어느 천사의 작품이련가?
이곳이 바로 완벽한 신의 걸작이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초원 몽골 기차 여행
풍경 마약에 취해 몽롱할 때 즈음
낯선 시간과 공간 속에 머물 여지도 없이
찰나의 바람처럼 스쳐
빠아앙 기차 소리와 함께 울란바토르에 이른다.
야생화 꽃만큼 형형색색의
에피소드를 담고
1,000km의 마지막 여정을 이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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