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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창신동 길 본문

글쓰기 활동

창신동 길

세상과 연애하다 2023. 1. 29. 23:25

창신동 길

 

정홍자

 

아날로그 사진기 받아 들고

훈장 단 용사처럼 콧노래 부르며

창신동 골목을 누볐다

 

길바닥 바느질 땀 하얀 실선은

17세 소녀시절 시다반장 추억과

전태일이 겪었던 봉제공장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널브러진 실타래처럼 흩어진 골목길 따라

허름한 대문에 맞닿으니

이 집이고, 저 집이고

미싱 소리 파바바바 장단 맞춰 쉼 없이 돌아간다.

 

가파른 언덕길엔

허리 펴는 노파의 무거운 다리 위로

가쁜 숨소리가 목에 차오를 때

낯선 청년의 내민 손이 아름답다.

 

 

창신동 골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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