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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영산홍 사연 정홍자 영산홍 빛 젊은 날의 엄마의 화무십일홍 17살 아부지 만나 6남매 낳았다며 수줍은 새색시인양 두 볼 붉어지며 추억 내비칠 때 백수(白水)의 마음 담은 백수(白壽)의 우리 엄마 “느그 아부지는 뭐하시는지 왜 날 데리러 안 온 디아” 백수(白壽)가 왠 말이냐 노래처럼 되읊으신다. 모정(母情)도 덮쳐 버린 코로나 영산홍 꽃 피고 지고 다시 핀 5월에 흰철쭉 꽃빛 머리에 인 두 남매 바라보며 앙상한 손 내밀며 눈가 붉어지신다. 물여울 잔잔한 반월 저수지 물새 한 마리 홀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외로운 사연들 떠난 님 만나는 날 조근조근 들려주려 새빨간 영산홍 붉게 타오르는 꽃빛에 한 잎 두 잎 겹겹이 설레임 새기신다. - 요양원에 엄마를 만나고 오는 5월에-
정 홍 자 찔레꽃머리 어느 날 또다시 못 만날까 조바심 내며 단숨에 달려 간 그 곳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찔레꽃나무 한 그루 있다. 보릿고개 허기진 배 채우라며 연초록 팔 벌려 내어 준 보드랍고 달착지근한 새순처럼 노릿노릿 구수한 누룽지 내밀던 연분홍 찔레꽃 가시밭 같은 시집살이 서러운 밤이면 찔레꽃 노래를 구성지게 부르며 초록 눈물 감추던 달빛 서러운 하얀 찔레꽃 투박한 거친 땅에서 가시로 받쳐 든 잎새 피우며 모진 세월마다 않고 꽃향기 축제에 신바람 난 빨강 찔레꽃 얽히고설킨 지난날의 생채기조차 사랑의 열매 고결한 빛 담아 송두리 째 주고 싶어 안달 난 나의 찔레꽃 순결한 꽃빛 속 노란 꽃수술처럼 새겨진 그 이름 허공을 향해 외치는 외마디 절규 당신은 나의 찔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