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려서 친정 아버지께서는 늘 말씀하셨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래서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고.....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은 게으름이다. 남을 속이는 거고.
부지런히 일하고 공부하고 정직해야 한다. 그것이 최고여~~
그런데 아부지! 살아 보니 가난이 죄던데요?
맞다. 가난이 죄다. 가난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가난이 죄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도 그때 우리 친정 아버지는 왜 그렇게 가르치셨을까?
경기도가 들썩들썩하게 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았다. 증거물인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 왜 내가 재판을 받았어야 하는지, 재판장에 옵서버로 앉아 있어야 했는지, 그리고 100만원 벌금을 받았어야 하는지, 그리고 의원직을 상실했어야 하는지 정말 웃기는 코메디다.
그러나 나는 안다. 가난이 죄가 되었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에서 돈이면 왠만한 것들은 해결이 된다.
돈이면 죄도 사해지고, 돈이면 죄없는 사람 엮기도 하고
돈이면 승진도 되고, 여자도 사고, 직위도 사고, 젊음도 사고
못 사는 게 없다.
이건 공공연한 사실이고 공공연한 비밀이며
공공연한 자랑이고 공공연한 묵인이며 공공연한 수단이다.
젊잖은 사람들 큰 소리치며 께끗한 척 하지만
뒷거래 다하고 안들키면 수단이 좋고
실력이 좋고
재수가 좋고
대단한 사람이고
들키면 재수 없어 그러고,
나쁜 놈이 제보하여 그러고
정권이 바뀌어 이러고 그러고
... 등등
누가 이들을 단죄하고 손가락질 할 것인가?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뒷거래가 공공연한 세상에서...
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친정 아버지 가르침에 모순을 반론하려다 그만....
돈없는 재판도 재판이지만.
결혼식에 축의금. 장례식장에 조의금
각종 단체에 회비, 사회에서 기대하는 후원금
초대 받은 자리에서의 체면 유지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돈이 잣대가 되어
가슴을 짝 펴고
팔자 걸음 걸을 수도 있고
새가슴으로 웅크리고 앉아 고개 숙일 수도 있고
인격과 인품은 어디로 가고
그저 돈이 인격이 되어 버린 지금
감히 누가 간 크게 가난을 앞에 두고 큰 소리 칠 배짱이 있는가?
요즘 난 또 죄를 짓고 있다.
친정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
한 달 가량 입원하고 계시는데 이번에는 오래 병원 생활을 하실 것 같다.
내게는 세상에 없는 귀한 아버지다.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가정 교육
평생 배워야 한다는 생각
정직하고 바르게 살라는 가르침
정치에 입문하게 된 동기도 아버지 힘이 크다.
아버지는 내 인생의 등대요.
때로는 정신적 남편이며, 친구이며, 스승이다.
그런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투병 중이시다.
요즘 난 속마음으로 늘 계산을 한다.
병원에 오래 계시게 된다면?!!]
바로 병원비가 머리 속에서 계산된다.
통크게 보자면 별 것도 아닐지라도
앞으로 완쾌되실 때까지 비용 부담을 걱정 안 할 수 없다.
완쾌 되실지,
돌아가실지
모르는 일이지만
내게는 애뜻한 내 아부지가
고통을 호소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난 속마음으로 병원비 걱정을 하고 있다니
이게 죄가 아니고 뭐가 죄겠는가!
아부지
저에게는 가난이 죄 던대요.
맞죠?
아부지도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하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