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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나의 2008년 본문
2008년 12월 31일
2008년을 3시간 앞두고 있다. 오늘 따라 혹독한 추위가 사람을 움추러 들게 한다. 핸드폰에서는 째깍거리는 시계만큼 메시지가 날아든다. 난 종일 집에서 오바마의 리더십에 관한 책을 읽었다.
지루하고 긴 터널을 빠져나가는 순간에 와 있다. 나에게 2008년은 그런 시간이다. 지루한 시간을 종지부 찍는 그런 해. 달리 표현한다면 새 빛을 맞을 준비를 한 2008년이다.
내 인생을 가장 변화시킨 해가 2008년이었다. 아니 나를 가장 성숙 시킨 해라 하자.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래 올해처럼 쉬어 본 적은 없었다. 사법적 조치가 아니였다면 아마 어떤 일이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잘 쉬은 일 뿐이었다.
가끔은 무기력증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도 있었다. 용기를 내었다가도 주저앉고 만 시간들이었다. 내적 동기부여를 해도 에너지는 그저 무기력하게 가라앉고 말았다. 그런 시간들이 듬성듬성 배치되어 있던 그런 2008년.
그러나 대부분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 인생 전반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내 모습을 새로이 발견하는 해이기도 하다. 삶에서 행복을 연출하는 시점을 발견하는 해이기도 하다.
난 그동안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살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삶을 인식하지 못하고 늘 과거와 미래 속에서 오늘을 희생하고 참고 사는 삶을 살았음을 발견한 해이다.
어려웠던 과거를 돌아보며, 보다 나은 미래의 삶을 위해 오늘을 달려야 했던 삶. 옆도 돌아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살던 삶. 그래서 늘 참아야 했고, 쉬지 않고 일해야 했고, 달려야 했던 삶.
그러나 2008년은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법을 깨우친 행운의 해이기도 하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큰 것을 깨우치는 모양이다.
일자리가 없어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간이었다. 살기가 불편한 주택으로 이사를 했고, 할 일이 없어 시간이 넘쳐났고, 8.15 특사에서 제외되어 또한번의 아픔을 겪어야 했고, 그저 두려운 시기였다.
그런데도 가장 행복한 생각을 갖게 되는 2008년이었다.
내가 긍정적인 사람임을 2008년을 통해 확신을 갖게 되었다. 가장 어려운 때 큰 힘을 발휘하는 강한 에너지를 가졌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나는 나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한다는 즐거운 사실을 인식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꿈을 가꾸며 당당하게 그리고 내 삶을 솔직히 인정하며 사는 사랑스런 자신을 발견한 시간들이었다.
맞다. 인생을 사노라면 누구나 오르락내리락 한다. 추구하는 무엇인가를 얻고, 성취하고, 올라 갈 때도 있다. 또한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내려 갈 때도 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떠나보내거나 잃어버릴 때도 있다. 아마, 4, 5년에 걸쳐 가지고 있는 많은 걸을 다 내려놓은 마지막 해가 2008년이라 생각한다.
마음에서조차 오롯이 다 내려놓아야 했던 해가 2008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당당하게 내 자신을 잘 지킨 2008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올해를 정리한다.
첫째, 건강을 잘 지켜 냈음을 기특하게 생각한다. 마음에서 요동치는 원망과 미움, 회한과 후회, 고뇌와 번뇌 사이의 갈등, 수많은 생각들을 잘 다스렸음을 칭찬하고 싶다. 물론 내 혼자의 힘이라기보다는 주변의 따뜻한 애정이 있었음에 가능한 일이라고 인정하지만. 그렇더라도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밝은 미소, 밝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음에더욱 감사하다.
둘째, 내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오늘 이 시간, 이 순간, 함께하고 공유하는 모든 것이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걸 깨닫게 된 2008년에 감사 한다.
셋째,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또다시 새로운 일을 도전하고 싶은 용기를 가졌음에 내 자신에게 찬사를 보낸다. 일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던 두려움도,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고, 새로 도전하는 일에 대한 새로운 열정이 있음에 감사한다.
새해에는 어떤 일이든 시작하게 될 것이고, 그 일이 어떤 일이든 숙성된 에너지의 힘이 발휘되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마음가짐을 새로이 한다.
넷째, 한량처럼 여유 있고 멋스런 한 해를 보낼 수 있음에 행복한 마음을 정리한다. 문화적 감각을 키우지 못해 늘 안타까웠던 내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시간들이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음악활동이 있었음에, 봉사활동이 있었음에, 독서할 수 있음에, 생각, 의식의 근육을 키우면서, 고품격 리더십 훈련을 받았음을 감사히 여기며 뜻 깊은 한 해를 정리해 본다.
훗날 내가 가치 있는 삶, 의미 있는 삶, 좀 더 큰 지도자로 우뚝 서는 그 날은 시련이 가혹했던 2008년 365일이 토양이 되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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