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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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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비상임 감사가 말이 되나요?

세상과 연애하다 2009. 6. 6. 14:19

준정부기관의 비상임 감사로 임명 되었다.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나름대로 감사의 기능과 역할, 감사 방향을 설정하고 기관에 대해 어떻게 하면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깊은 고민을 하였다.

내가 지원한 기관은 직원이 900여명이 넘고, 전국에 20여개 산하기관과 예산도 적지 않다.

기관에서 수행하는 업무 또한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다. 특히 교통관련 정보, 연구, 기술개발, 수행 등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통 환경을 개선하여 에너지와 시간을 줄이는 선진국형 사업들이다.

그런 기관에서 비상임 감사라니...

감사라는 것은 조직의 설립 목적에 맞게 인적구성과 물적 자원, 그리고 수행하는 모든 사업들이 제대로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견제하며 건강한 조직을 위해 통제 시스템을 총괄하는 역할이라 생각하는데...

어떻게 비상임으로 감사의 기능과 역할을 기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그런 제도가 생겨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조직을 이해하고 인적, 물적 자원을 파악하고 사업 수행이 조직 목표와 부합되게 시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달에 두서너번 출근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조직 속에서 호흡하지 않고서는 조직의 문화와 분위기, 사업의 속성과 조직의 미래 예측이 가능할 수가 없다.

홈페이지에서 아니면 메일로 보내준 한정된 정보로 감사의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다고 기대한 것일까?

한 달에 한번 정도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여 이사회에서 오가는 내용으로 조직 전체를 파악하고 감사의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비상임 감사는 비상근이 원칙이라며 사무실조차 없는 것이 관례라고 생각하는 기관에서 조직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준정부기관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비상임 감사인 내가 무엇을 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가?

용돈이나 받으면 되는 것이지 뭐하러 나가냐고 비아냥거리듯 말하는 지인들의 충고 속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

여기저기서 사회복지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몇 억을, 몇 천을 그것도 몇 년동안 빼 먹었어도 감사 한번 받지 않았다는 어처구니 없는 언론 기사를 읽는 국민들의 마음 속에는 납세의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쯤 해서 한번 쯤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비상임 감사가 그렇게 자주 나가면 뭘 모르는 이상한 여성이라 하니까 가고 싶어도 가끔 나가시게나'

속정 깊은 지인의 충고를 듣는 나는 오늘도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조직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어느 잣대로 무엇을 잴 수 있단 말인가.

감사는 견제와 통제의 역할도 있지만, 감사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며 개선도 할 수 있다. 사명과 소신을 갖고 일하는 그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역할 또한 감사의 역할이다. 그래야 창의와 혁신이 가능하다.

나는 여전히 감사의 역할이audit와 더불어 Thanks라 생각한다.

직무를 수행하는 조직원들은 감사를 통해 실수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고쳐나가 업무 수행에 스스로 신뢰가 생길 수 있어 감사 (Thanks)하고

기관장은 구석구석 모세혈관 같은 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 봐주는 감사가 있어 막힘과 소통의 문제를 재발견 해 주니 믿고 일 할 수 있어 감사(Thanks)하고

정부나 국민들은 기관 자체적으로 clear하게 운영하고 있으니 신뢰할 수 있어 감사(Thanks)하고

그저 감사(Thanks) 감사(Thanks) 할 일이 감사 (audit)라 생각한다.

바로 이런 막중한 임무가 내 역할이라 자부하는 내 자신이 모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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