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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충북도 ‘임신부 권리선언문’ 발표 본문

강의/저출산 고령사회 대응 전략

충북도 ‘임신부 권리선언문’ 발표

세상과 연애하다 2009. 7. 4. 07:41

저출산 시대에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볼 공감되는 기사입니다. 인구교육강사님들 강의 하실 때 참고하세요.

충북도 ‘임신부 권리선언문’ 발표

최근 출산한 이소은(30·서울 서초구)씨는 출산 두 달 전에 미리 휴가에 들어갔다. 서울 반포에서 안국동까지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가장 조심해야 할 임신 초기에는 몸에 표시가 나지 않아 자리 양보를 기대할 수 없었다. 배가 나왔을 때도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회사 생활도 임신부에게는 힘든 시간이다. 남자 직원이 회식 자리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울 때는 황급히 자리를 떠야 했다. 임신하기 전과 똑같은 양의 업무를 처리했는데도 ‘임신 때문에 회사에 부담을 준다’는 눈총을 견뎌야 했다. 입덧이 심할 때 잠깐 휴식을 취하기조차 힘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산전 진찰을 받을 때 주중에 시간을 내지 못해 환자가 몰리는 주말을 이용하느라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이씨는 “임신 기간 내내 보호받기보다는 각종 위험을 피해 다니기에 바빴다”며 “기형아 검사 등 정말 중요한 검사를 할 때도 회사 눈치를 먼저 봐야 하는 사실이 씁쓸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임신부에 대한 배려는 기대 이하다. 임신부들은 “임신은 차별과 눈치를 감당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꼴찌인 한국의 합계 출산율(여자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2007년 1.26명으로 반짝 올랐다가 지난해 다시 1.19명으로 추락했다.

임신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이다. 지하철에는 노약자석이 마련돼 있지만 임신부는 선뜻 이 자리에 앉지 못한다. 인터넷 임신·육아 카페인 ‘맘스홀릭’ 게시판에는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수모를 당했다”는 임신부의 호소가 줄을 잇는다. “젊은 여자가 버릇없이 앉았다”며 노인에게 욕을 먹거나 손찌검을 당한 경우도 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임신부 전용 열차나 좌석을 만들어 달라” “임신부에 대한 배려를 당부하는 안내방송을 해 달라”는 민원이 올 들어 10건 이상 접수됐다. 지난달 30일 한 임신부의 남편이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아내를 위해 임신부를 표시하는 배지를 만들어 달라는 민원을 여성부에 제기했다.

충북도가 친(親)임신부 문화 확산 캠페인에 나섰다. 충북도는 3일 ‘임신부 권리선언문’을 발표하고 경영계나 행정기관, 지역사회단체 등과 함께 이를 준수하기로 했다. 선언문은 실생활에서 느끼는 애로를 담았다. ▶대중교통 좌석을 임신부에게 우선 배려한다 ▶임신부가 타면 천천히 출발한다 ▶임신부를 놀라게 하거나 옆에서 큰 소리로 떠들지 않는다 ▶임신부가 태아 건강을 위한 정기적 진찰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등이다. 충북도청 복지정책과 여운복 팀장은 “유엔의 임신부 권리선언에 착안해 우리 실정에 맞게 개정한 것”이라며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면 작은 배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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