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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엄마 시체 놀이 할래. 본문

나의 이야기

엄마 시체 놀이 할래.

세상과 연애하다 2012. 3. 27. 11:52

 

‘엄마 다음 학기 휴학하고 시체놀이 할 거니까 그렇게 알어.’

‘시체 놀이가 뭔데?’

‘아무것도 안하고 천장만 쳐다보고 누워 있는 거야’

‘ 뭐???? ’

 

미국으로 교환 학생 갈 기회가 사라진 소희의 선전포고다.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공부는 왜 하는지 갑자기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커다란 벽이 눈앞에 떡 버티고 있어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했다.

 

영어 공부를 일찍 시작하게 도와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소희는 교환 학생을 가기 위해 대학 1학년부터 오로지

영어 공부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죽을힘을 다 했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면 느끼는

그 감정을 얘기하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 주저주저하며

며칠을 보냈다.

 

“소희야, 이왕 시체놀이 할 거면 문명이 시작된 곳에서 하면 어때?”

“ 거기가 어딘데?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인도 배낭여행을 권했다.

우린 배낭여행을 해 본 적도 없다. 물론 인도 여행도 해 보지 못했다.

툭 뛰어나온 말이 그저 인도 여행이었다.

소희는 내 제안에 마음을 추스렸다.

그리고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여행비를 벌기 위해 주중에는 아르바이트를, 주말에는 과외 지도를 했다.

 

시체놀이 말 꺼내고 3개월 만에 여행비 200만원을 모았다.

아마, 자기와의 싸움이었던 것 같다.

인도여행에 관련된 책을 사서 가고 싶은 곳을 지도로 그려 나갔다.

 

인도에서 귀화하신 배 야고보 신부님께 인도여행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그리고 5kg 배낭을 샀다.

 

버릴만한 헌옷가지로 배낭을 채우고 소희는 그렇게 배낭여행을 떠났다.

여행이라고는 친척집 방문 밖에 경험이 없는 소희가.

 

소희의 시체 놀이는 인도여행으로 바뀌었다.

 

소희의 새로운 삶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새로운 에너지는 인도 여행에서부터 시작되었다.

 

45일간의 배낭여행~~

 

지금 생각해도 그 결정은 무모한 일이었다.

그러나 대단한 도전이었다.

 

인생은 이렇게 반전 할 수 있어 살맛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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