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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허리 굽은 소나무 본문
허리 굽은 소나무
정홍자
대지를 가득 채운 초록빛 춤추는 6월, 초등학교친구와 동심 따라 추억 따라 고향인 고창 심원 서해안을 여행했다. 서해안 여행은 심원에 사는 정숙이 부부가 안내를 했다. 경숙이 남편이 가이드를 자청했다. 그들 부부는 만돌 숲길로 안내했다.
만돌 숲길은 구시포 해수욕장과 동호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만돌 해수욕장을 끼고 해변을 따라 한 시간 가량 산책할 수 있는 숲길이다. 데크로 단정하게 정리된 숲길은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바다내음 담아 부는 바람, 드높은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이다. 돌게가 부지런히 오가는 갯벌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땅이다. 바다 끝 저 멀리에는 조개 잡는 어부들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이는 고즈넉한 6월의 서해는 타임머신을 돌려 어릴 적 동심으로 빠져들기에 충분하다.
만돌 숲길은 한쪽은 갯벌이지만 다른 한쪽은 소나무들이 가지런히 심어져 있다. 소나무들은 하나 같이 육지 쪽으로 누워 있어 그 또한 진풍경이다. 그 길을 따라 동심에 젖어 어릴 적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환갑, 진갑이 지났건만 들떠서 떠드는 모습은 철부지 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바람만 일어도 까르르 웃고, 갯벌에 돌게 한 마리만 움직여도 동시에 엉덩이를 쳐들고 들여다보았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해변 쪽으로 허리 굽은 나무 한 그루가 애처롭게 서 있다. 데크를 사이에 두고 들어난 뿌리는 해변 쪽에 상층부는 숲길에 역디긋자로 휘어져 있다. 여행자의 눈에는 장애가 된 그 나무가 분재처럼 또 다른 한 폭의 그림이지만, 꺾인 몸을 스스로 치유하며 견뎠을 나무를 바라보며, 옆에서 환하게 웃는 정숙이의 삶을 생각한다.
경숙이는 우리보다 세 살 더 많은 동창이다. 동생과 한 학년으로 초등학교를 다닌 경숙이는 딱히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눌하고 키도 작다. 허리도, 어깨도 굽은 데다 걷는 것도 비틀비틀 엉거주춤하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에는 존재감이 전혀 없는 친구로 기억된다.
경숙이 아버지는 소문난 난봉꾼이었다. 경숙이 엄마를 내쫓고, 아기 때 경숙이를 밖으로 내던져 죽을 뻔했다고 한다. 경숙이는 계모 밑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밥하고, 동생돌보며 온갖 궂은일은 도맡아하면서 밥 굶는 때가 밥 먹는 때보다 더 많았다. 경숙이는 초등학교 과정도 제대로 못 마치고 식모살이 갔다. 그런 경숙이가 남편을 잘 만나 환갑이 넘은 나이에 고등공민학교에 입학하여 중학교 검정고시를 하고, 고등학교 과정을 하다 세컨 하우스를 심원에 두고 살고 있다.
어려서 영양부족으로 키도 작고, 지금도 비틀 거리며 걷고 있지만, 운전을 해 가며 인천을 오가고, 지혜롭게 내조를 해서 집안도 일으켜 경제적으로도 넉넉하다. 계모에게 받은 설움을 어찌 잊으랴마는 키운 엄마라 부르며 효도하고, 어린 나이에 떼어 놓고 쫓겨 난 엄마를 낳은 엄마라며 효도한다. 못난 자기를 찾아오는 친구들이 고맙다며 쑥떡 해서 냉동시켜 바리바리 싸 주는 경숙이.
“야, 내가 공부했으면, 아마 무엇이든 다 했을 거야.” 라며 밝게 웃으며 “내 통장에서 나가는 것처럼 해서 보험 넣고 남편 통장으로 이체 시켜라” 친구에게 말한 꾀는 보통이 아니다. 자존감도 높고, 자신감도 있는 경숙이의 유머와 재치에 한바탕 소리 높여 웃기는 했지만 눈물겨운 세월이 묻어나는 것 같아 못내 마음이 저렸다.
만돌 숲길 해변에 뿌리 드러낸 허리 굽은 강인한 소나무가 여행자의 마음을 낚아 채 시선을 사로잡듯 허리 굽은 내 친구 경숙이도 따듯한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베풀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만돌 숲길 허리 굽은 소나무와 내친구 경숙이의 삶이 연민의 수채화처럼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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