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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자장면 본문
자장면
정홍자
봄기운이 좋아 바람 난 처녀처럼 들뜬 마음으로 안양천을 걸었다. 만물이 기지개를 켜 듯 안양천에는 생기가 돌았다. 물오른 개나리가지, 유유자적 노니는 물오리 한 쌍, 엄마 손잡고 잉어를 구경나온 아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운동하는 사람들. 특별히 내게는 지루하고 추웠던 코로나 겨울이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싶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사업을 펼쳐도 못 본 바비레따 철거에 마침표를 찍어서일까? 한결 가벼워진 마음 때문인지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모처럼 느끼는 자유와 여유다.
점심때가 되어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며 수촌마을 쪽으로 걸었다. 가볍지만 맛있는 점심을 먹고 싶다. 설렁탕집을 지나고, 고깃집을 지나고, 백반집을 지나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런데 한 곳에 시선이 머물렀다. 분홍색 프랑카드에 ‘매월 14일은 자장면 3,000원’이라고 써 있다. 나도 모르게 그 식당 앞에 멈추어 서서 피식 웃고 있었다. 3천원이라고? 자장면이?
유리창 너머로 식당 안을 들여다보았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탕수육과 자장면을 맛있게 먹고 있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다. 평소 자장면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격이 맘에 들고, 호기심과 추억이 발동하여 1인석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자장면을 처음 먹어 본 것은 열여섯 살 때쯤이었다. 돈 벌러 서울 간 딸을 찾아 온 아버지는 나를 중국집으로 데려 갔다. 아버지는 자장면을 시켰다. 자장면을 처음 본 나는 “아부지 시커먼 고추장에 국수를 비벼 먹으라고? 이상하게 생긴 이걸 어떻게 먹어. 고추장에 간장을 넣어 시커먼가?” 나는 인상을 쓰면서 플라스틱 긴 젓가락으로 면발만 이리저리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때 아버지는 “이것이 자장면이란다.” 라며 먹어 보라고 했다.
그 때 먹었던 자장면 맛의 기억은 없지만, 먹다 남은 것이 아깝다며 싸 가자고 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먹을 것이 없던 그 시절 음식을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버지는 자장면을 좋아하셨던 것 같다. 맛있는 음식 대접하겠다고 하면 자장면을 먹자고 했다. 돌아가실 때까지 자장면을 즐겨 드셨다. 아버지가 특별히 내게 사 주신 음식이 자장면이다.
이런저런 추억을 더듬고 있는데 “주문하시겠어요? 선불입니다” 밝게 웃으며 다정하게 말을 거는 종업원에게 “자장면이요”라고 말하고 3,000원이라는 것을 알고 들어와 놓고 천 원 세장이 있었지만, 10,000원 지폐를 내밀었다. 얼마예요? 이 말을 물을 용기도 없고, 3,000원을 불쑥 내밀기도 쑥스러웠다. 이런 내 자신을 보고 또 한번 피식 웃고 있을 때 종업원은 빨간 앞치마를 내게 건내며 “손님 흰 옷이라 앞치마 하셔야 겠어요”라는 친절을 베푼다. 기분이 참 좋았다. 자장면도 맛있었지만 분위기와 종업원의 밝은 표정이 봄바람처럼 달콤하다. 3만원짜리 자장면을 먹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