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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연애하다 2023. 1. 28. 18:46

염색 샴푸 광고 모델

 

정홍자

 

염색샴푸 모델을 구한다는 메시지가 왔다. 8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샴푸하면서 머리 색깔이 변하는 과정을 촬영하며, 게런티는 100만원이라고 했다. 자세히 묻지도 않고 지원을 했더니 머리색이 변하는데 괜찮겠느냐는 질문이 왔다. 여러 번 지원하라는 메시지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았기에 다시 물었던 것이다. 괜찮다고 했더니 캐스팅이 되었다.

예전에도 모 회사 염색샴푸 제품 모델을 해 본적이 있다. 그 때도 4일 동안 샴푸하고 변색하는 과정을 촬영한다고 했지만, 검정 스프레이를 사용하여 4주를 샴푸한 것처럼 색상을 내고, 하루에 촬영을 마쳤다. 그런 경험이 있어 자세히 묻지도 않고 지원을 했다.

첫날 9시 촬영 현장에 도착했다. 지하 2층 넓은 스튜디오에는 시니어 헤어모델 남녀, 헤어메이크업 담당자 2명, 담당 PD, 촬영 감독 2명, 샴푸 회사 담당자 2명, 그리고 스텝 2명과 대영 촬영장비1대와 소형 촬영장비 2대, 대형 LED모니터, 컴퓨터 2대, 작은 모니터 3대, 다각도를 비추는 조명등, 까만 전선줄이 바닥에 널브러져 촬영 현장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담당 PD가 일정을 소개 했다. 첫 날은 헤어메이크업을 하고, Before 촬영을 한 후 1번 샴푸 후 촬영, 2번 샴푸 후 촬영 및 인터뷰, 그리고 4번 샴푸 후 촬영을 마치고, 나머지 3일 동안은 7번 샴푸 후 촬영을 한다는 설명이었다. ‘뭐? 하루에 7번 샴푸를 하라고? 그럼 마루타 실험 대상자가 된 거야?’ 깜짝 놀랐지만 자세히 묻지 않고 지원한 내 잘못이라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촬영이 시작되었다. 소형 영상촬영 장비가 맨 먼저 켜졌다. 남녀 모델 한 사람씩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담는다. 홈쇼핑 심사를 받기 위해 중간에 염색약이나, 다른 제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몰래 카메라처럼 따라 다녔다. 기다리는 시간, 샴푸하는 모습, 화장실 가거나 식사하는 장면까지 카메라를 벗어나면 안 된다.

Before를 촬영하기 위해 헤어메이크업을 했다. 자연스럽고 단정한 모습으로 변했다. 같은 얼굴인데 전문가 손을 거치면, 사람이 달라 보인다. ‘평생을 손질한 나는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지?’ 생각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촬영 감독이 모델의 자세와 위치를 잡고 사인이 떨어지면, PD가 모니터에서 모델의 자세와 위치,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등을 자세히 살핀 후 스텐바이 신호와 함께 3초 카운터가 시작된다. 하나, 둘, 셋하면 동시에 눈을 한번 깜박이고, 다시 하나, 둘, 셋하면 동시에 눈을 한번 깜박이는 반복을 10회한다.

처음에는 신호에 맞추어 눈을 깜박이는 게 어려웠다. 나도 모르게 더 깜박이게 되고, 눈물도 나고, 눈도 시렸다. 또한 자세가 흔들이면 안 되기 때문에 숨죽이듯 조용히 호흡을 해야 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방법으로 정면, 정수리, 좌우, 뒷모습 영상촬영이 끝나면, 이번에는 같은 순서로 사진 촬영을 한다. 거의 한 시간가량 소요 된다.이게 한 세트다.

Before 한번 촬영했는데 허리를 곧추세우고 찍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긴장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얼굴 표정이 처음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똑같아야 하는 일이다. 얼굴 근육이 똑같이 하는 게 그리 힘든 일 인 줄 몰랐다.

Before 촬영이 끝나고, 건물 화장실 세면장에서 허리를 굽혀 찬물로 샴푸를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영상촬영은 계속 되었다. 머리에 골고루 샴푸하고 3분-5분을 기다리는 장면을 그대로 영상에 담는다. 이걸 4일 동안 28번을 해야 하다니 눈앞이 캄캄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1회 샴푸 후 변색 과정을 다시 촬영해야 하니, 헤어메이크업 했다. 처음과 똑같아야 한다. 전문가라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촬영 의자에 앉아 있으면, 카메라와 모니터를 보고, 메이크업이나, 머리카락 한 올까지 다른 부분을 잡아내면, 다시 손질하고 또 손질한다. 샴푸 후 촬영 할 때마다 매번 똑같이 해야 한다.

첫 날은 7번 샴푸에 3번의 헤어 메이크업과 3번의 촬영을 반복해서 했다. 찬물로 머리 감아야 하는 고통도 있지만, 샴푸를 7번이나 하니 머리도 아프고 속도 울렁거렸다. 그만두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자세히 묻지 않는 평소의 습관을 탓하며, 다음 날도 7번 샴푸를 하고 2번 촬영을 했다. 형벌도 이런 형벌이 없다고 생각하며, 지눈이콩과 감초를 다려 마시며 혹시 모를 염색샴푸의 해독을 했다. 다행히 두피나 모발 등 다른 부작용은 없었다.

셋 째 날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아 NG 한번 없이 밝은 표정으로 책임을 다했다. 헤어 메이크업이 맘에 들어 집에 와서 의상을 갈아입으며 사진도 몇장 찍었다. ‘이왕 하는 일 즐기는 게 최고지. 벌써 내일이면 마지막이잖아? 글감도 생겼으니 이만하면 됐지 뭐.’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위로했다.

넷 째 날도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을 했다. 촬영현장을 들여다보니 종사자들

모두가 제각기 어려움을 겪는다. 헤어메이크업은 머리카락 한 올까지 같아야 하니, 매번 손질할 때마다 “내가 귀신도 아니고”를 반복한다. 영상촬영 감독 또한 모델이 화장실 가거나, 샴푸 할 때 장비를 들고 서 있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은근슬쩍 꾀를 내어 다른 사람이 대신 해 주기도 한다. PD모니터를 보니 모니터 3대에 아스테이지를 붙여 놓고 모델 얼굴, 자세, 헤어 등을 자세히 그려 똑같은 모습이 나올 때까지 각 담당자들에게 요구하고 주문한다.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한 사람 중요하지 않은 역할이 없다. 모두가 원팀이 되어야 한 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촬영 감독도 멋져 보이고, 진두지휘하는 PD도 멋져 보이는데 각자 하는 일이 나름 어렵다는 것을 보고, 직업에 대한 이해와 일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었다.

모델로 광고 촬영한다고 하면 부러워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루타 같은 일도 거뜬히 해 내야하는 고충이 있다. 이번 촬영은 CJ 홈쇼핑에서 광고 방송이 될 예정이란다. 모두의 수고와 노력으로 촬영한 그 제품이 성공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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