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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池淡)정홍자

모 대학의 총동창회장 선거를 보며 본문

나의 이야기

모 대학의 총동창회장 선거를 보며

세상과 연애하다 2009. 6. 24. 10:21

어제는 모 여자대학 총동창의 선거에서 투,개표 선거 도우미를 했다.  선거 도우미 9명를 선발하여 투, 개표 전체 진행을 했다.

 

이사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을 3명 선출했다고 한다. 그 중 1명은 중간에 사의하고 2명이 선거관리위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선거관리위원들의 일 손도 부족하지만 양측 후보 경쟁이 치열하여 공정한 선거를 관리해 줄 제 3의 선거 투, 개표 도우미가 필요했었다.

 

그래서 나를 포함 대학생 4명과 어른 6명이 투,개표 실무를 진행했다.

 

선거 이틀 전에 선거관리 위원을 만나 실무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하고, 하루 전에 양즉 후보를 만나 상견례 겸 선거 상황과 선거 절차, 선거 방법, 투표권,  선거운동 방법 및 종료 시간 등 공명한 선거가 되도록 문제 가 있음직한 예측에 대해 확인하고 또 확인하여 양후보측이 서면으로 결의를 했다.

 

나는 양후보측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해준 규칙과 선거방법을 9명의 도우미들에게 철저하게 교육을 시켰다.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기표소, 투표함 등 양 후보측 참관인과 선거관리위원들 앞에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투표가 있기 전 총회가 있었다.

과거에는 총회 참석하는 동문이 130여명 수준이었다며, 이번에는 동문회장 선출이 있어 약 300여명 쯤 예상을 했다고 한다. 거기에 비가 오기 때문에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다.

 

총회 시간이 되자 어림 잡아 4~5백명 쯤 몰려오더니 계속해서 몰려들었다. 선거 초기에서부터 양진영 후보들의 신경전이 있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예상 밖의 동문들이 모여 들었다.

 

한쪽에서는 총회를 진행하는 동안 투표장 앞에서는 투표를 빨리 개시해 달라는 아우성이 위협으로 느낄만큼대단했다.

 

날씨는 푹푹 찌고 밖은 비가 내리고 3층에서는 재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는데 4층 복도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겹줄로 쭉 늘어서 있었다.

 

여대이다보니 임산부, 아이 엄마, 투표하기 위해 비행기 타고 왔다며 비행기 시간이 늦는다고 융통성을 발휘해 투표하게 해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양 후보측 참관인이 총회장을 다녀오더니 투표를 시작해도 된다고 전하였다. 투표 진행을 시작한 지 얼마 후 선거관리위원장이 와서 투표 개시 선언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투표를 개시했다고 중단하라고 야단이었다.

 

그러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갔건만 투표장 앞에 빼곡히 줄 서있는 사람들은 빨리 투표하게 해달라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일단 선거관리위원장의 통솔아래 선거가 진행 되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 거센 항의를 받아가며 투표 개시 선언을 기대렸다.

 

1시간 정도면 투표가 끝날 수준으로 참석인원을 3~400명으로 잡았으나 어림 잡이 5~600명은 넘어 보였다.

 

투표용지 450여 장을 준비 했으나 600장까지 추가하고 다시 100여장을 더 준비해야 할 만큼 사람은 줄지 않았다.   

 

양측 후보간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줄 서서 기다리는 가운데서도 오가서는 안될 말들이 오고 갔다. 우린 더욱 긴장하여 꼼꼼하고 치밀하게 일처리를 해 나갔다.

 

명함을 들고와서 선거하게 해 달라는 사람에, 직인도 고유 번호도 없는 회비 영수증을 가지고 와서 투표권을 달라는 사람에 투표장은 시끌벅적 했다.

 

투표장의 소란을 없애고 차분한 분위기를 찾기 위해 출입문에서 10여명씩 들여 보내지만 밀고 들어가는 사람에 사람이나 물건 찾겠다고 우기는 사람에 더워 못 참겠다고 떼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나라에서 하는 선거는 이리 뜨겁지 않으면서 총동문회 회장선거에 관심이 높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그런 열정이면 동문들끼리 하는 선거이니까 질서를 지키며 오랫만에 만난 동문들과 정담을 나누며 기다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선거가 후반 쯤이었다. 젊은 여성들이 투표장 앞에 나타났다. 학교에 근무하는 조교인데 투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사람에, 직인 없는 영수증도 투표해야 하지 않겠느냐, 원본 대조필을 하고 오겠다느니,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양후보측 참관인들은 투표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건 정해 놓은 규칙을 위반하는 일이었다. 투표권을 주면 안된다는 선거관리위원장의 단호한 태도와 하면 안된다는 내 의견도 무시하고 동문들의 일이니 양측에서 합의하겠다고 하는 순간 소란스런 분위기에서 투표는 진행되었다.

 

투표 마감이 끝나고 제일 먼저 투표권이 주어지는 영수증, 확인증 먼저 확인에 들어갔다.  총 646장 중 250여장이 직인도, 고유번호도 없는 확인증이었다.

 

양 후보측은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사무국에서는 바빠서 직인 없는 영수증을 발급했다고 했다. 사무국 보관용과 비교해도 맞지 않았다.

 

양후보측은 끝도 없는 논쟁을 하고 있었고, 나는 증거 보존을 위해 모든 제반 서류를 밀봉해 넘겨 주었다.

 

투표 사무원으로 참가한 동기는 치열한 선거에서 공명선거를 치뤄내 보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2010년에 출마 할 여성들의 현장 체험을 위해서도, 여성지도자가 탄생하는 현장을 아이들에게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물론 아르바이트 기회도 되어 기쁜 마음으로 시작된 일이 보고 싶지 않은 현장을 목격하게 된 결과가 되었다.

 

대학교 3학년 딸아이는 가끔 질문을 한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렇게 해서라도 동창회장을 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다른 선거도 이런 경우가 있는지.....

 

씁쓸한 하루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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